비 오는 월요일입니다. 괜스레 마음이 가라앉는 날입니다. 문득 들려오는, 혹은 주변에서 보게 되는 최연소 팀장, 30대 중반 임원 승진 같은 소식들. 우리는 이른바 소년급제라 불리는 그 고속 성장을 대단한 성취이자 우리 사회가 덧씌운 성공의 정답처럼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속도 뒤에는 예상치 못한 진실이 숨어있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나 기술 중심의 조직에서는 이런 일이 더 빈번하게 관찰됩니다. 뛰어난 역량과 빠른 실행력으로 순식간에 리더 타이틀을 달고 핵심 자리에 오르는 분들을 우리는 자주 만납니다. 겉보기에는 탄탄대로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중에는 불과 1~2년 만에 퇴사하거나, 임원직에서 내려와 다시 실무 포지션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리더십과의 불화, 급변하는 조직 문화와의 마찰,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기대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며, 자기 경력의 속도를 스스로 통제할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 70시간이 넘는 업무, 쉴 틈 없는 의사 결정, 그리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젊은 리더를 극한으로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한 번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경험했던 30대 후반의 경력자가 다시 실무 직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과분하다, 무겁다, 오버스펙이다 같은 냉정한 평가를 듣게 되고, 결국 방향을 잃고 커리어가 고착되는 상황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속도=성과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지배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는 이런 아이러니가 계속 반복되곤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개인의 실패나 능력 부족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조직이 인재를 성장시키되,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지지하고,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는 깊이 있는 고민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예기치 않은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것이 아닌지, 우리 모두가 한번쯤 돌아봐야 할 지점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틀린 게 아니라, 어쩌면 조직이, 혹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 앞서갔던 당신이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방향을 잡는 과정, 그 자체가 진정한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오늘처럼 흐린 날,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만은 평온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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