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오퍼의 유혹, 그리고 그 이후
퇴사를 결심하고 조용히 팀장에게 뜻을 밝혔을 때, 만약 당신이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라면 곧 회사 측의 역공이 시작될 겁니다. 특히 보수적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심지어 일부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하죠. 내부 프로세스가 잘 잡힌 외국계 기업은 상대적으로 덜하긴 하지만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임원실로 불려가거나, 팀장님의 간절한 만류를 듣기도 하고, 인사 부서에서는 승진 약속, 파격적인 연봉 인상, 사이닝 보너스, 연말 파격적인 성과금은 물론, 조만간 당신을 위한 TF 조직 신설과 그 팀장 보직까지 제안할 겁니다. 심지어 한정된 인원만 이용 가능한 사내 유치원 수용 보장 같은, 현실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달콤한 제안들이 쏟아지기도 하죠. 정말 솔깃할 수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리크루터로 활동하면서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카운터 오퍼에 마음이 흔들려 회사에 잔류를 결정했던 열에 아홉은 빠르면 1주일, 길어도 6개월 안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습니다.
구두로 약속했던 달콤한 조건들은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이고, 연말 신규 사업 기획 지연, 대내외 경제 및 실적 상황 악화, 조직 개편 등 다양한 이유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이런 약속들은 처음부터 이행할 마음이 없었거나,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공허한 약속인 경우가 많죠. 마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경우는 퇴사를 통보했다가 붙잡혀 눌러앉게 된 분들이 겪게 되는 미묘한 조직 내 분위기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당신에게는 은연중에 ‘언젠가는 다시 떠날 사람' 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냉랭한 시선을 느끼게 될 겁니다.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죠. 한번 흔들린 조직 내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류를 고려 하신다면,
물론 달콤한 조건들을 제시하더라도 카운터 오퍼에는 대부분 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직을 결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직장을 바꾸는 것을 넘어, 당신 자신과 가족을 위한 진지한 약속이자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잔류 의지가 있으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1) 임원의 달콤한 인상 등 제안을 받을 때 HR 담당자를 반드시 동석시키세요. HR 담당자는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며, 추후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구두 약속은 절대 믿지 마세요. 가급적 서면 약속을 받아내세요. 구두 약속은 공중에 흩어질 수 있지만, 서면은 공식적인 증거가 됩니다. 반드시 명확한 내용을 담은 공식 문서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3) 마지막으로, 카운터 오퍼는 가급적 정중히 거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직은 당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선택입니다. 잠시의 흔들림으로 그 결심을 바꾸지 마세요.
저 역시 15년전 대리 시절, 그토록 원했던 해외 이직을 앞두고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순진하게도 회사의 카운터 오퍼에 마음이 흔들려 잔류를 결정 했었죠. 지금도 가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경험 또한 저에게는 소중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커리어는 누구도 대신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카운터 오퍼는 당신의 결단력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시험하는 순간입니다.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선택지가 무엇이든, 후회 없는 길을 선택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당신의 소중한 커리어를 위해 가장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PS: 진짜 이동은 흔들리지 않은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가끔, 그런 선택을 앞두고 있는 분들과 조용히 이야기 나눌 일이 생기곤 합니다. 커리어의 변곡점에 계시거나 이직 고민과 방향 설정 혹은 더 빠른 리더십 진입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DM으로 가볍게 말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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